Depth un-perception ; 시각을 믿으십니까?

김희준

우리는 습관적으로 시각 오류를 범한다. 보이는 사물과 그 사물 간의 관계를 관념적으로 바라보며, 사물의 크기나 형태가 망막 속에서 겪는 변화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망막에 맺히는 상은 2차원이지만, 시각 정보를 뇌에서 처리하며 이를 3차원으로 인지하는 시각적 경험을 얻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지성의 개입이 없는 망막 이미지가 우리가 실제로 ‘보고 있는’ 것이고, 이를 재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재현이라고 여긴다.

작가는 망막 이미지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지성의 개입이 빠질 수 없는 모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2차원인 망막 이미지에 도달하려는 시도 자체를 기록한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인지된 시야에서 역순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가는 구조물이 만드는 선과 그리드로 재단된 시야를 관찰한다. 다른 질감의 면이 맞닿아 이질적으로 대비되고, 앞뒤가 분간되지 않기도 한다. 선과 면으로 인한 화면의 분할과 그 분할 간의 갈등으로 인해 물체들이 평면으로 수렴된다. 거리감이 상실되어 공간이 아닌 화면으로서 인식하게 되는 모든 순간을 포착한다.

포착된 순간은 회화 매체를 통해 평평해진다. 회화는 인지된 3차원을 다시금 2차원으로 되돌리는 데에 적합한 매체이다. 평평함과 두께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캔버스 위의 화면은 그것이 실제 물질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평면의 이미지로 읽힌다.

 작가는 망막 이미지의 재현 시도를 통해 관객들이 시각적 혼란과 거리감의 상실을 느끼고, 시각의 불확실함을 깨닫도록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가실제로 보는 것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켜 불확실한 시각의 권위를 해체하려는 시도이다.

Depth un-perception ; 시각을 믿으십니까?

김희준

「Depth un-perception;주차구역123-206」, 2023, oil on canvas, 193.9x390.9cm
「Depth un-perception;주차구역123-206」, 2023, oil on canvas, 193.9x390.9cm
「Depth un-perception;광나루로368」, 2023, oil on canvas, 91x91cm
「Depth un-perception;광나루로368」, 2023, oil on canvas, 91x91cm
「Depth un-perception;창」, 2023, oil on canvas, 45.5x45.5cm
「Depth un-perception;창」, 2023, oil on canvas, 45.5x45.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