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신체는 온전히 자신의 것인가? 신체가 개인의 것으로 감각되는 이유는 혈액의 순환, 혼과 백의 결속, 실제로 신체를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된 사실과 같은 다층적이고 일관적이지 않은 진술로 설명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증빙에도 불구하고, 신체에 위화감을 느끼고 자신으로부터 분리되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이인증’이라는 이상 상태로 명명되는데, 이러한 이상 상태는 다각화된 진술을 통해 형성된 다층적 믿음에 흠집을 낸다.
신체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재단되고 있다. 전국적인 플래시몹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체조’를 통해 개인들은 비슷한 동작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는 개인차는 있지만 일정한 신체 발달을 만들었다. 또한 프로파간다처럼 작동하는 웰빙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건강에 대한 욕구, 흐름을 끌어낸다. 자연히 ‘미라클 모닝’, ‘필라테스’, ‘헬스’와 같은 행위에 동참하게 되며 신체는 타인과 연동되어 공공화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신체에서 긴급히 탈출하기 위한 ‘이인증’적 제스처를 통해 균열을 넓혀가며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팽팽한 믿음들의 너머를 엿보고자 한다.
단채널 비디오 <이인증적 제스처, 제의적 몸짓>은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목격자로 관람객을 흐름에 편입시킨다. 혼은 무형의 영에 가깝고, 백은 물질적인 신체에 가깝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용사’는 혼과 백을 합일하고, 일정한 움직임을 통해 조상의 혈액이 탑재된 신체의 결속력을 증진하려 한다. 반면 ‘신체 탈락자’는 혼과 백을 분리하여, 공공화된 백의 영향이 혼까지 침투하지 않도록 이인증적 제스처를 지속하여 결속력을 약화하고 신체에서 이탈한다. 그에 따라 신체발부 수지부모 용사는 떠도는 혼을 가상의 신체인 ‘신주’에 붙잡고, 다시 신체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저지한다. 하지만 신체 탈락자는 일관성 없는 움직임과 혈관 속 피의 흐름을 억제하려는 몸짓을 지속하여 감각을 둔화하고, 혼과 백이 분리되어 물질세계 너머로 유영하게 된다.
이것의 목격자인 관람객은 신체 탈락자와 함께 유영하는 도중에 신주의 형태를 띤 조각 <일시적–가상 신체>를 직면하게 되고, 거대한 신체기관처럼 보이는 회백색 덩어리에 의해 포획되어 다시 신체로 끌려오게 된다. 마치 지혈대인 ≪토니켓≫을 묶고 푸는 행위를 반복하듯이 관객은 이 사이를 오가며 진동하게 됨에 따라 덜거덕거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