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일상은 대부분 은폐되어 있다.
샤워할 때 짧은 시간 동안 몸을 훑고 가는 물방울처럼 내 곁에 있는 것들은 잠깐 사용되고 사라져버린다. 나는 그게 무엇이든 아직 오지 않은 모습과 떠난 뒤의 모습이 궁금했던 것 같다.
작업은 소비사회의 은폐된 영역과 사라질 뻔한 존재들을 드러낸다.
<흔적을 지우는 방법>(2023)은 ‘버리기’의 행위에 집중한다. 버리는 행위는 일상적이지만 쓰레기가 즉각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점은 마법 같기도 하다. 본 작업에서는 버리기의 행위를 영상과 기계 설치, 관람자의 참여를 통해 반복적으로 극대화하며 전날의 쓰레기를 현재로 소환하고 전시함으로써 버려지는 찰나의 순간을 유보한다.
<이탈-서기>(2023)는 상품이 되어버린 세계를 재고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보여준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잘 작동해야 하고, 이익을 가져다주며, 아름답고 깨끗해야 한다. 상품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 치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현대 사회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나를 돌아본다.
나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존재를 “잠재적 탈락” 상태로 바라보고, 그 존재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우리는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을 상상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일어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