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적는 일기와 하루의 감정에 색을 입히는 방식을 이어온 지 5년이 되어간다. 그러한 일상의 수집은 점차 쌓이고 무질서한 데이터 그 자체가 된 지 오래다. 그 방대한 데이터를 작업에 활용하기 위해 분류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수집품 중 유의미한 것들만 모은 것은 정보로만 남아 책의 형식으로밖에는 구현할 수 없었다. 대신 그중 분류하기에 애매한 것들을 스티커처럼 잘라 무작위로 화면에 배치하여 디지털 드로잉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며 범위를 확장해 가는 예술의 독특함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 드로잉은 그 경계에 존재한다. 물감의 색과 양으로 구성되는 회화의 평면과 액정의 빛으로부터 색으로 존재하는 디지털 화면은 서로의 극단에 있다. 그렇게 시작한 디지털 드로잉이 늘어가면서 안료의 색과 디지털의 빛 관계에 관해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다. 일련의 작업은 그것의 초읽기 단계에 해당한다.
웹 페이지가 아닌 실제 전시장에서는 그 디지털 드로잉을 다시 회화로 구현한 것을 선보였다.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과 픽셀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 애매하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뒤섞임을 붓질의 세계에서 다시 보여주고자 했다. 장식적인 이미지는 그렇게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