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0년생으로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에 태어난 Z세대이지만, 어려서부터 또래와는 다르게 비틀즈, 카펜터즈, 백투더퓨처 등의 아날로그 감성의 옛날 음악과 영화를 좋아했다. 일본 도쿄로 교환학생을 갔을 당시 나와 비슷한 성향의 레트로를 좋아하는 일본인 20대가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인스타그램으로 20대 레트로 마니아들을 모집하여 그들과 1년간 레트로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SNS상에서 활동하는 20대 쇼와레트로* 인플루언서들이며, 버블시대를 동경하여 평소에도 70~80년대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닌다.
레트로 마니아 친구들은 레트로를 유행으로만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3. 5. 13.」의 모델 리사양과 촬영할 때 조명으로 인해 눈이 밋밋하게 나오니 애굣살에 쉐딩을 더 주면 어떠냐고 제안했더니, 80년대 당시의 여성들은 애굣살을 강조하지 않는다며 눈화장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현재의 미의 기준에 맞춰 더 아름답게 찍히는 것보다 과거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들에게 레트로란 갑자기 일어난 붐이 아닌, 원래 항상 지켜오던 당연한 삶의 양식이다.
일본 사회에서 버블경제란 놓치고 싶지 않은 황금기이다. 버블이 무너진 뒤 현재까지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그들에게 과거의 영광은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시점에서 레트로를 좋아한다는 건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버블을 경험한 적 없는 Z세대에게 과거를 동경한다는 것은 그러한 형태의 미래로 나아가고 싶다는 소망이기도 하다.
나와모델들이과거의사람처럼완벽하게꾸미고사진을찍는행위는우리세대에서일어나지않았던과거의양식을현재로끌어오는하나의수행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낡은 시대감을 신선한 가치로 변환시킨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들의 마니아 활동을 기록하고 레트로의 미래적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