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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나의 작업은 주변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물을 지켜보고 다름을 포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작업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이번 작업은 일상 속 일화에서 출발하여 주변 사물들로 확장하게 되었다.

몇 달 전 나는 중고 거래로 값싼 무드등을 구매했다. 경제적으로 큰 가치가 없는 물건, 파손되어도 상관없고 보잘것없는 사물로 여겨질 수 있었으나 판매자는 무드등을 정성스럽게 에어캡으로 포장해 나에게 건네주었다. 포장을 풀며 나는 에어캡에서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발견했다. 사물에 상대가 나에게 ‘잘 전달해 드릴게요’라는 말을 담아 보낸 것만 같았고 나는 물건에 담겨 온 마음을 언어와 행동으로 상기시켰다. 이처럼 말없이 존재만으로 행동하는 사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물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사물의 기능을 수집하기보다 주요 기능과는 거리가 있는 사소한 부분에 주목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작은 요소들은 묵묵히 존재하며 타인을 배려한다. 반복되는 하루에서 포착한 다섯 부분들; 현관의 단차, 작은 손잡이의 굴곡, 서랍장의 단차, 버스 내부 기둥의 지름, 플라스틱 의자의 중앙 구멍 이 어떠한 행동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는가를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조형한다. 나는 작은 부분들의 형태를 드러내며 이 형태들의 존재의 이유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미감을 위한 것보다 최소한의 모양으로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 사물들은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행동하는 사물들은 의미 없이 떠돌아다니는 말들과 비교되어 더욱더 가치를 갖게 된다. 수많은 말들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말과 행동의 불일치는 당연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나는 작업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행동들을 가시화하며 쓸모없어 보이는 부분들을 내세워 일상 속 무뎌져 버린 것을 지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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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_mm」, 2023, 전시전경
「_mm」, 2023, 전시전경
 「100mm」, 2023, mdf, 청자토, 인조잔디, 200×100×700
「100mm」, 2023, mdf, 청자토, 인조잔디, 200×100×700
「24mm, 22mm, 18mm」, 2023, 석고, 15.7x31x0.7, 15.5x30x1, 15.5x30x0.8
「24mm, 22mm, 18mm」, 2023, 석고, 15.7x31x0.7, 15.5x30x1, 15.5x30x0.8
「10mm」, 2023, 욕실용 선반, 석고, 가변크기
「10mm」, 2023, 욕실용 선반, 석고, 가변크기
「10mm」, 2023, 상세이미지
「10mm」, 2023, 상세이미지
「109mm」, 2023, 석고, 파이프 핸드 레일, 188.4×62.5×4.4
「109mm」, 2023, 석고, 파이프 핸드 레일, 188.4×62.5×4.4
「36mm」, 2023, 석고, 55.7×30.7×30.7
「36mm」, 2023, 석고, 55.7×30.7×30.7
「36mm」, 「36mm를 위한 벽과 드로잉」, 2023, 설치전경
「36mm」, 「36mm를 위한 벽과 드로잉」, 2023, 설치전경
「36mm을 위한 드로잉1」, 2023, 베니어판에 연필, 석고 오브제 부착, 40x40.3
「36mm을 위한 드로잉1」, 2023, 베니어판에 연필, 석고 오브제 부착, 40x40.3
「36mm을 위한 드로잉2」, 2023, 석고에 연필, 14.5x30x1
「36mm을 위한 드로잉2」, 2023, 석고에 연필, 14.5x30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