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중한 사람이 티끌만큼이라도 생각해 주길 바라고 있거나, 저 먼 데에서 몰려오는 소나기에 왜 인지 모를 희열을 느끼며 비를 흠뻑 적신 채로 달리는.
그런 아이의 날 것 그대로의 거침없음이 부드러워 지길, 매끄러워 지길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감정의 원형은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은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의 흙장난.
높은 하늘 위 구름을 바라보며 토끼를 닮은 구름이라며 엄마에게 해맑게 이야기하던 때.
눈물이 많을 그 시절엔 울음이 없었고, 눈물이 없을 지금 울음이 더 많아진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울음이 없던 때란, 작은 일에도 쉽게 울고 쉽게 우는 ‘잘 울 수 있었던 순수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어린아이들은 복잡한 감정 때문에 울지 않는다. 오랜 경험 뒤 성장한 인간만이 안다.
지금의 우리는 그런 감정의 동요를 들켰다가 약점에 잡혔던 기억에 점점 숨기려고 한다.
그럼에 마음을 거칠지 않게,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선에 맞추어 다듬는다.
샤모트가 혼합된 조형토를 사용하여 어린아이의 한 손으로도 충분히 잡히는 사이즈의 세라믹 조형물을 제작했다. 순수한 손의 감각에 기대어 손가락을 넣어 구멍을 만들기도, 그대로 내리쳐 평평한 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작은 크기인 만큼 수를 충분히 하여 각각 다른 형태를 가지지만 함께 놓였을 때 일련의 통일감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이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일 수 있는 경험을 관람객들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순수한 마음의 원형을 표현한 조형물인 만큼 어린아이를 하얀 도화지에 빗대듯, 전반적으로 미색을 띠게 유약 처리를 하여 가마에 구워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