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는 암묵적으로 정해진 형식이 있다. 나의 작업은 회화의 형식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하였고 평면의 감각에서 점차 확장되어가는 물질과 공간에 관심에서 작업하고 있다.
회화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각형 형태의 캔버스에 그려지는 것, 벽에 걸리는 구조, 평평한 것이라는 점에 관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틀 위에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 나의 관성적인 사고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하였다. 그렇게 캔버스가 품고 있는 아우라를 피해 다른 물질을 지지체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번 작업에서는 새로운 지지체 위에 섞고, 녹이고, 조합하고, 덧입히는 방식으로 물성을 만난다.
사회적 통념에 의해 자리 잡은 물질의 탐구와 실험을 거쳐 비정형적인 상태로 끌고 간다. 모니터 속 평면적이지만 입체적인 구조 속에서 재질을 입히는 것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인 세계에서, 물질에 대한 감각의 경위를 회전시킨다. 동시대 물질이 보여주는 감각과 언어들이 서로 매개되어 관계를 형성해 물질의 의미를 묻는다.
표면화된 이미지에서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형상을 통해 공감각적으로 평면성의 차원을 제안한다. 물질에 대한 화면에서의 조건들이 우리에게 회화의 원점을 질문하기도 하고 휘발되어 날아가 감각만이 남아있기도 하다. 회화의 평면성의 궤도에서 물질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들이 조각, 회화 나아가 설치로서 만나는 지점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감각을 끌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