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클래식 음악에 동경을 가지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작업 또한 미술과 음악의 결합, 공존하게 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 중에서도 바흐의 곡은 계산적인 면과 감정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삶도 음악과 비슷하게 시작과 끝이 존재하며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바흐의 곡들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삶은 내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불안과 혼란도 존재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만을 미시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파편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방식과 질서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삶은 때로는 시작과 끝이 있는 음악과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콜라주처럼 파편화되어 연결되어 있고, 한 가지 측면으로만 이해될 수 없는 복잡한 3 차원 구조 같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나에게는 이상의 모습인 바흐의 곡을 나의 상태에 더 가까운 형태로 변형해 보려고 했다. 그리고 변형의 방법으로는 악보가 종이라는 매체로서 변형이 가해졌을 때, 형태적으로 음악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따라서나의작업은음악적으로, 형태적으로 분절되고 재결합되는 공감각적인 콜라주의 형식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며, 실험된다.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라는 원곡의 질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나의 작업을 마주했을 때, 제로베이스의 상태로 눈에 보이는 것, 경험하는 것만을 따라가게 된다. 어떻게 해석할지, 어디서부터 연주해야 하며, 어떠한 동작으로서 연주해야 할지는 온전히 바이올리니스트의 몫이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해석방법과 질서를 찾고 연주함으로써 삶에서의 주체는 자신이고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묘사한다. 본인은 이러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해석을 분석하여 기록하고, 정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신만의 해석은 무엇이 될지 생각하고 유추할 수 있게 유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