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자의 시선 <: o scopy>
작품 <: o scopy>는 어떠한 결함이나 오류로 인해 ‘방향감각을 상실한 공간’에 들어가게 된 한 인물의 서사에 집중한다. 한 인물은 마치 게임 캐릭터가 던전을 돌아다니듯 공간을 돌아다니고, 건축물의 항문이라고 할 수 있는 하수도 구멍에서 자신의 서사를 배설하듯 서술하며 일상의 언어들을 통해 미묘한 시대상을 드러낸다. 비일상적 공간과 일상적 행위 들의 결합은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empathy) 동시에 공감을 깨뜨린다(ecpathy).
관객은 이 인물이 왜 이 장소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사회구조로부터의 도피인지, 건축구조를 탐험하기 위함인지, 남에게 못할 말을 혼자 삭히기 위해 들어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저 비좁게 끼어있는 한 인물의 신체 이미지와 버둥거림을
‘납작한 세계’ 안에서 끊임없이 다가오지만 스크린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답답함을
여기가 어딘지 특정할 수 없는 기다란 공간에서의 웅성거림(buzz)을
찌꺼기 덩어리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후각적인 느낌을
기어가는 벌레들을 보며 왠지 모를 간지러움을
감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