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것들을 다시 발견하고 재해석함에 따라 잊혀진 역사, 혹은 사회에서 퇴색된 존재에 대한 시선은 새롭게 조명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것들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낼 첫 단추로 작용한다. 나의 작업에서 잊혀진(죽은 것과 다름없는) 무언가를 그리는 방법론적 행위는 Breathing Somethings, 즉 살아 숨쉬는 생명체를 새롭게 재창조해낸다.
살아있지 않은 것들에게 캔버스와 물감, 붓이라는 매개체로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업은 이루어진다. 마치 <피노키오> 동화 속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살아있는 목각인형인 피노키오를 빚어내듯 나의 작업은 내가 그리는 대상과 교감함으로써 완성되며, 대상에게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현실에서는 숨을 쉴 수도,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지만 캔버스라는 가상의 공간 위에서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재현된 대상들은 생동감 넘치게 흐르는 자연의 모습과 닮은 배경과 어우러져 그 자체만으로 강인함을 갖게 된다. 배경에서 나타나는 물감의 유동적인 움직임과 의도하지 않은 혼합효과들의 반복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 하는 자연의 불확실성과 닮아 있으며 나아가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보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