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름돌

김우영

태양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강박적으로 맞춰 살아가며 삶의 주기를 주관하는 시간은 태양의 천체 운동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시아노타입은 햇빛을 이용한 비은염(非銀鹽) 인화 방식으로, 감광 유제를 바른 천 위에 네거티브 필름을 올려놓고 햇빛 아래 노출시키며 진행된다. 햇빛을 받아 푸르게 변화하는 색은 그날의 날씨, 습도, 일조량,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서 변화한다. 육안으로 노출의 경과를 확인해 가며 얻은 천 위에 떠오르는 유령 같은 이미지는 물에 여러 번 씻어내며 점차 선명해진다.

햇빛을 받으며 바닷가에 모여 옹기종기 얽히고설킨 돌멩이들은 제각기 그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파도는 태양과 달의 인력으로 밀물과 썰물, 조수간만의 차를 이루며 암석을 자갈로, 자갈을 모래로 깎아낸다. 몽돌 해변에 모여 있는 돌멩이들을 모아 시아노타입 과정을 거치며 빛의 투과를 조절하는 장치를 사용해 물에 빠지는 듯한 그라데이션을 표현했다. 얇은 천을 감광 용액에 적셔 건조한 뒤 하루에 햇빛이 가장 강한 시간에 노출시켜 찍어낸다. 돌의 이미지는 전사한 이미지, 실물이 남기고 간 흔적의 아카이브처럼 남겨진다.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 경계가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지배적이라 할지라도, 자연이 부여한 질서 앞에서 우리는 여느 자연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돌들은 한때 암석이었으며 오랜 시간 반복되는 다양한 종류의 힘을 받아 점차 깎여나가 작아진다. 전시의 제목인 <무름돌>은 ‘누름돌’이라는 단어와 사물이 점점 무르게 변하는 것의 연상에서 비롯하며, 생로병사를 비롯한 불가피한 자연의 원리를 마주할 때 생기는 ‘물음’들이 우리를 도리어 현실에 발붙이게 하며 안정과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려 한다.

무름돌

김우영

 「무름돌」, 2023, cyanotype on cotton, sunlight, negative film, thread, hot melt tape, interlining, 372 x 170 cm
「무름돌」, 2023, cyanotype on cotton, sunlight, negative film, thread, hot melt tape, interlining, 372 x 170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