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을 통해 떠돌아다니는 쉽게 휘발되는 쇼츠와 밈의 이미지를 붙잡아 실로 직물을 짜면서 작업은 이루어진다. 차가운 모니터 화면을 통해 소비되는 가벼운 이미지들은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는 천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손이라는 노동력으로 두께와 무게가 생긴다. 직조할 때 실을 위, 아래로 교차해 직물을 만드는 과정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의 이진법과 닮아있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디지털 속에 있다고 감각하지만, 작가는 시각과 청각만 남게 된 그 감각이 사실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납작해진 화면 속에서 두께를 잃어간 이미지들을 물질성을 갖는 현실의 세상으로 가져와 새로운 촉각을 부여하는 것이다. 디지털의 기기가 얇아지는 방식으로 물질성을 잃어가는 기술의 발전과는 반대로 물질성을 부여하며 시대 역행적인 행보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하는 중간 지점인 대안적인 세대로 두 세대를 자유롭게 오고 가는 작업을 통해 디지털과 현실을 넘나들며 직조하는 제스처를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