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몇 일인지, 혹은 몇 시인지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는 친구들을 보게 되었다. 이는 곧 내게 작업의 영감이 되어 시각의 흐름에 대한 인지를 뚜렷하게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흐름에 대한 인지는 크게 세 가지로 향유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빛, 두 번째로 소리, 그리고 움직임이다. 나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이용해서 가장 직감적이고 동시에 젠틀한 방법으로 시공각의 인지를 확장시키고자 한다. 빛과 그림자는 대상을 만들고 대상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고자 기억에서 따온 유동적인 이미지를 제작하고 모터 모빌의 운동성을 더해, 모든 시간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순간의 메아리> 전시장 안의 존재하는 이미지들은 곧 ‘각각의 소중했던 시각’을 표현하며 전시 공간 안을 돌아다니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시각(이미지)을 가리키는 초침, 분침이 된다. 관객들은 신체적 움직임을 이용하여 대과거, 과거, 현재와 호흡하고 더 나아가 큰 흐름을 만들어내며 작가와 선택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나는 예술의 감상을 각각의 작품에서 끝맺음을 내는게 아닌, 공간과의 관계성으로도 감상 가능하다는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주고 사물과 빛 그리고 시간의 유동적인 흐름과 같은 비물질적인 언어를 시각언어로 치환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인상과 감각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