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다
어린 시절, 자연과 하나 되어 마음껏 뛰놀던 순간들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생생히 자리 잡고 있다. 비 오는 날 온몸으로 흙탕물 속에서 뒹굴고, 숲을 헤치며 동물들을 마주했던 경험들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때의 자연은 자유롭고 편안하며, 모든 것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어, 자연이 순환하듯 나 또한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나는 이 심리적 상태를 ‘자연에서 유영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마치 바람에 흩날리거나 물속에서 유영하듯, 자연의 흐름 속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내면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 작업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 속에 담긴 자연의 순간들을 다시 불러내어 화면 위에 펼쳐놓는 시도로, 정제되지 않은 터치를 통해 자연의 생동감과 자유로움을 구현하고자 했다. 유화 물감과 보조재를 사용하여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던 물성과 빛을 나타냈고, 터치와 질감의 표현을 통해 기억 속의 감각을 되살렸다.
이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화면 위에 펼쳐진 이미지는 자연 속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그 속에서 흘러가는 순환의 감각을 담아내려는 시도이다. 도시의 일상 속에서 점차 자연과 멀어지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느꼈던 자연의 온기와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잠시나마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그 순간 속에서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작업은 자연이 선사하는 고요하고 깊은 평온 속에서 각자의 기억 속 자연을 떠올리고, 잊혀진 감각들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