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채지혜

Chae Jihye

나는 포장을 통해 기억을 영원히 보존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따라서 저마다의 특별한 기억이 담긴 사물을 압축하고, 엮고, 박제하고, 보관하며 기억의 공허를 채운다.

이야기의 시작은 2008년, 나의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 대한 기억 회상이다. 과거의 기억은 단편적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기억에 대한 감정은 더욱 선명해지기도, 흐릿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기억의 변화와 흐름을 시각 및 촉각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촉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손끝으로 더듬어 만져지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기억의 그 모호함을 표현한다.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기억들은 관람자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새로운 이미지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기억이 전이되어 누군가의 또 다른 기억을 환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방대한 기억 중 한순간을 잘라내어 기록한 허물은,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기억의 본래 기능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모습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따라서 기억은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재의 감각을 통해 다시금 재구성되고 살아난다. 촉각적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경험해 보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을 자신의 기억 속 빈 공간에 넣어보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기억이 전이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개인의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산물이 아닌, 끊임없이 현재와 상호작용하는 경험임을 느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