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잔상

조은서

Cho Eunseo

작가는 노스탤지어로서 상상하는 자연의 잔상을 화폭에 담는다.

현대의 우리는 효율과 편의를 위해 자연과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종종 이상적인 대상으로 자연을 다시 끌어온다는 점에서 모순을 느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본인도 모르게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작가에게 그리움의 감정은 아네모이아, 즉 ‘알 수 없는 노스탤지어’이다. 시작은 친구들 혹은 주변 사람들이 명절에 지방으로 내려가는 일을 부러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할머니 댁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효율적인 명절 나들이였지만, 일상과는 다른 느낌의 포근함을 느끼고 싶었던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시골, 자연은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이러한 감정은 이유 모를 향수병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상상 속의 자연은 가장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포근한 쉼의 대상으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던 소망을 반영한다. 따라서 작가는 순간을 붙잡으려 하는 아련한 환상과도 같은 이미지로 자연을 상상하고, 이를 평면에 구현한다.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흐릿해지기에 이미지는 분명하다가도, 물에 비치는 것처럼 흐려진다. 이는 잔상처럼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경험, 감각이 지속되어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싶은 소망을 마주함과 동시에 모두가 가슴속에 품고 사는 각자의 노스탤지어를 잠시나마 떠올려보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