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딘가 익숙해
꿈을 꾸면서 자각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롭고 이상한 순간은 꿈에서 깨어나기 직전이다. 매일 같이 경험하는 이러한 순간이 작업의 시작점이다. 나는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며, 꿈과 현실의 문턱에 걸쳐져 있는 모순의 장면들을 구현한다.
꿈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현실과 꿈 사이에서 자각할 수 있는 부조화와 이를 통해 느껴지는 이질감이 흥미로웠다. 꿈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순간은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게 되는 짧은 교집합의 순간이다. 그 때에 느껴지는 이질감은 곧 무의식의 흔적이자 의식의 거부 반응이다.
꿈에서 깨어나는 찰나에 느끼는 중첩의 감각을 현실에서 찾아 나서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나는 길을 가다 발견할 수 있는 “꿈만 같은 장면”에 집중한다. 이러한 장면은 의식과 무의식의 교집합이 반영된 장면으로, 아주 익숙한 현실의 모습이지만 어딘가 낯선 느낌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눈을 뜸과 동시에, 세상과 단절되며 들어갔던 나만의 세계인 꿈 역시 결국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업에서 프레임은 의식의 틀로써 기능한다. 익숙한 듯 낯선, 그 애매한 경계의 순간에 틀을 씌우며 관객이 보고 있는 이 장면은 결국 현실에서 비롯된 장면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꿈은 개인이 겪는 신비로운 해방의 세계가 아니며 결국 현실을 반영한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