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낮이 지고 밤이 오면 우린 함께 춤을 춰요
풀이 무성히 자란 땅 가까이 얼굴을 대고 마치 작은 벌레가 된 듯 풀들을 바라보면
내가 생각 없이 거닐던 자리에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연약해 보이던 풀들이 마치 나무처럼, 작은 모래알이 돌멩이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곳엔 이들만의 시간이 흐른다.
가끔은 그 자유로운 세계에 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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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척하면서도 은근히 ‘이렇게 사는 삶이 최선의 삶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모순 속에서 더 큰 불안감을 느낀다.
사람마다 각자의 시간과 길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기에
우린 결국 주류라는 이름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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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를 하염없이 비교하고 깎아내리던 순간,
보이지 않는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려 나를 잃어가던 그때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를 뒤덮은 이 모순 속에서
그 기준과 시간을 넘어선 자유를 본다.
이름 불리지 않아도 잘 살아가는 잡초를 본다.
주류이지 않아도, 비주류라도 당당히 살아갈 용기를 가졌다는 점이
각자 다른 모습과 속도로 자라지만, 서로 뿌리와 몸을 맞대며 살아간다는 점이
그럼에도 특정한 주류 없이 그저 서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점이
그런 것들이 내가 그들이 되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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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계 안에선 그들이 주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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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들은 춤을 추듯 자유로이 존재한다.
주인공도, 중심도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어우러지며 스스로의 자리에서 당당히.
이 세계에서 비주류로 남는다는 것은 결코 고독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연결을 위한 또 다른 방식일 뿐.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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