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 유기체

신혜민

Shin Hyemin

버려진 건물이 자연에 동화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필요가 사라진 건물 중 철거조차 되지 않고 관심 밖으로 밀려난 건물들이 있다. 이러한 건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연적으로 녹슬고 부식되어 식물과 이끼로 뒤덮인다. 건물이 비인간적 창조물인 자연에 귀속되는 것인데, 인간의 소유물인 건물은 버려진 순간부터 그 자체로 호흡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나는 큰 행사가 개최된 지역에 살았는데, 행사가 끝난 뒤 높은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그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 행사로 바뀐 것은 기존 건물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간 것 정도였다. 남겨진 건물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에 의해 본래의 형태를 천천히 잃어갔다. 나는 비로소 그때부터 건물이 하나의 생물이 되어, 자연과 어우러져 유기체적 상황을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얽히고설킨 자연과 건물, 기존의 형태를 잃어가며 생겨나는 곡선, 때로는 필요에 의해 엉성하게 개조된 건물이 보여주는 조화는 유기체적 상황이 충분히 드러난다. 이 형상들은 조경 목적으로의 아이러니한 자연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자연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물감을 비비거나 뿌리고 중력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등 밑의 레이어가 보이거나 섞여 경계가 허물어지는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려 냈는데, 건물이 부식되고 자연으로 덮이는 레이어와 유사하다. 화면 위에서 물감이 만들어내는 유기체적 상황을 느끼며 작업을 진행한다.

남겨진 건물이 녹슬고 부식되며 자연과 어우러져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탐구하고, 회화로 풀어내어 건물이 자연으로 돌아가며 생태계를 이루는 모습을 시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