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충돌-붕괴
나의 시선에서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며 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변화를 볼 때마다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세상은 겉으로는 질서정연하고 견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미노처럼 무엇 하나만 기울어져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공간이다. 내가 바라는 고요하고 변치 않는 안정감이란 어쩌면 환상일 뿐이다. 나에게 세상은 언제든 무너질 듯 위태로운 것으로 느껴지며, 그 속에서 나는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이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나는 질서와 평온을 찾고자 하지만, 그런 시도조차 순간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불안은 더욱 깊어진다.
나는 이러한 혼란과 불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하나의 이미지 위에 또 다른 이미지가 중첩되며, 이전의 그림은 감춰지거나 흐려지고 새로운 형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중첩을 통해 세상의 가변적인 성질을 담아내고자 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물의 표면에서 일렁이는 “윤슬”처럼, 나는 이미지들을 반복해서 겹치고 덧붙여 나간다. 물에 비친 형상들은 불안정하고 흐릿하게 남아, 마치 어수선한 세상의 잔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중첩을 통해 나만의 공포와 혼란을 해소하려 한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형상을 그리며, 나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나만의 시각으로 재현하고 기록한다. 물결 위에 일렁이는 형상을 재현하고, 이미지를 중첩하는 나의 작업은 어수선한 세상의 잔상들을 포착하고, 불안정함 속에서 느낀 두려움의 감각을 해소하려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