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원

구하연

Koo Hayeon

당신은 삶의 영역을 획득하였는가?

이 작업은 어릴 때부터 시작된 기준에 맞추려는 압박 속에서 비롯되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하곤 했으나, 오히려 이상한 아이로 여겨졌다. 이러한 경험은 두 경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준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주었는데, 여러 기준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형성하려는 시도 속에서 경계에서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따라 언제든지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어떤 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혼란을 느꼈다.

<이상한 원>은 틀에 맞추려는 마음과 벗어나려는 두 상반된 감정이 혼재한 삶을 살아가며, 외부의 기준을 받아들이고 생성하고 소멸시키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반복적으로 비정형적 원을 그린다.

사람은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이고 기준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완벽한 원을 그리기 위해 계속해서 원을 그린다. 이러한 수행적 행위는 염원을 담아 올리는 제의적 행위와 유사하다. 한 번의 붓질로 원을 그리며 확실한 경계에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과 염원을 담아낸다.

또한, 검정 화면에 반짝이는 물감은 자개를 떠올리게 하는데, 어릴 적 할머니의 자개농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개 특유의 빛깔은 균형과 이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검정 화면에서 각각이 고유의 빛을 내는 원은 여러 경계에서 균형적으로 살아가는 이상적인 기준을 상징한다.

반복적으로 그려진 비정형적 원은 무수히 많은 기준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모호한 경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모호한 기준은 살아온 환경, 경험, 지식의 무의식적 활동이고, 그것이 나를 만드는 과정의 한 축이자, 역사이다.

이 작업은 살아오면서 만들어내고 삭제해온 것들을 그려 나가며, 스스로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를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