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나라

구여진

Goo Yeojin

사회에 나가기 전, 젊은이들은 커다란 불안의 시기를 겪는다. 어려운 취업 시장과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좌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한데 뒤엉킨 시기다. 어딘가를 가야 하는데 그것이 어디인지 모르고, 인생에서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 내가 놓여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무언가를 놓친 것 같은 상실감에 계속 과거를 반추하고는 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20대를 선망하고 이후의 70년에 대해서는 냉담하다. 본인의 집에서 5톤이 넘는 쓰레기에 깔려 죽은 노인의 뉴스를 봤다. 흔적을 모두 끌어안고 죽은 그에 대해 생각한다. 

쓰레기는 어찌 됐든 사람이 남긴 흔적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흔적을 계속해서 지워나가야 한다는 뜻과도 같다. 우리는 어쩌면 사는 동시에 잃어가고 있는 거다. 우리 인생의 전반을 공허가 채우고 있다.

가끔 어느 만화를 떠올린다. 내가 더 사랑하게 할 거야, 넘어지면 일어나게 할 거야, 내일을 기대하게 할 거야라고 작은 별이 중얼거리는 장면이 있다. 나는 상실이 가득한 폐허에서 작은 별이 떠오르길 바란다. 인생 전반을 채우는 공허에서 손을 휘적거려 무언가를 잡아야 한다면, 손에 잡힐 만한 아주 작은 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