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땅 위에서 On someone's land

김예나

Kim Yena

On someone's land 는 빈 틈 없이 사유화된 도시 가운데서 무료 식재료인 산나물 구하기에 실패하게 된 경위를 들여다본다. 산나물은 땅도, 집도, 돈도 없는 개인의 명을 이어주던 희망의 상징으로 채택되어, 영상을 통해 이주민 채집생존의 역사와 농지 개혁의 시대를 가로지른다. 내게 산나물은 무료 식재료이면서 역설적으로 무료 생존은 불가능한 구조의 현 사회를 발견하게 하는 허망한 탈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산나물은 구하지 못하고 산 나물을 구해 와서 나는 그것을 다시 산나물로 되돌리고자 사람들을 먹였다. 산 나물이 산나물이 되는 순간에는 공동체 안에서 탈자본주의의 실현가능성과 한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설치에 더해지는 회화는 이러한 내 나라에 대한 이미지들을 단어를 모아 시를 쓰듯 느슨한 방법으로 수집해 조합한 것이다. 각각은 개별적 이미지로 전시장에서 중첩되거나 앞, 뒤, 옆에 구성되며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누군가의 땅 위에서 ·

사람들은 수확을 했다 ·

사람들은 누군가의 땅 위에서 ·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

나도 그것을 진심으로 즐겼다 ·

나는 두더지 구멍들을 고맙게 바라보았고 ·

나의 식량을 위한 숨구멍을 뚫어 주는 그에게 감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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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 산에서 나는 나물
산 나물 - 사온 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