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집을 떠난다

오예지

Oh Yeji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였다. 이 경험에서 비롯된 이질적인 문화와 정체성은 창작의 자양분이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마음으로 자연스레 중심보다는 주변부, 소외되는 것들에 집중한 작업을 전개해 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나에게 사라진 한 시간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경도 15도를 갈 때마다 한 시간이 추가되는 시간의 법칙을 따른다. 그렇지만 모든 나라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경도에 의해서만 시간을 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국가나 지형적 특성에 따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존재한다. 중국의 서쪽과 동쪽은 실제로 4시간 이상의 시차를 가지지만 편의를 위해 전국을 베이징 시각 UTC+8로 통일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지리적 시차가 존재함에도 동일한 시간대를 공유한다.

날마다 반복되는 삶의 시간은 절대적인 시간 개념 안에서도 개별적 경험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다. 나는 2000년 8월 23일 23:16에 중국에서 태어났으며, 열 살이 되던 해 시차를 고려하여 8월 24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 사라진 한 시간은 나에게 무의미함, 허무함, 공허함과 같은 감정을 유발하였으며, 동시에 나의 존재 근거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과 한국,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나는 황해 속을 유영한다.

<나는 매일 집을 떠난다>는 이와 같은 경험을 담은 전시이다. 관객은 배의 조타실을 형상화한 공간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통로에 놓인 기록과 사물들을 보며 나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표준화된 시계 시간으로 유지되는 일상에 함몰된 의식을 깨우고, 과거와 현재,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허하면서도 충만한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며,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