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의 연대기
어릴 적 키우던 산호초를 통해 알게 된 비밀이 있다. 산호초는 생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화려한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죽음이 다가오면 그 색을 잃고 하얗게 바래며 산호에 공생하고 있는 모든 생명을 의도적으로 떠나보낸다. 이 현상은 생명의 찬란함과 유한성, 그리고 죽음 이후의 영원함을 상징한다.
이번 작품의 중심 주제는 ‘생명과 죽음의 순환’이다.
산호초는 개별 세포처럼 분리된 존재이지만,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죽음 이후에 산호초는 새로운 유생이 정착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생명력이 넘치는 생태계를 이루게 되는 과정을 통해, 생명과 죽음의 순환이 이어짐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산호초를 세포와 같은 형태로 풀어냈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선 다양한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탄생과 소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바라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