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he things in our periphery

이민진

Lee Minjin

나는 도시의 소외된 생물이나 개인적으로 감각하는 애정의 부재에서 이미지를 가져온다. 집을 잃고 떠도는 생물들, 번화한 것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나약함이나 외로움, 미래에 대한 의구심과 같은 경험의 파편을 토대로 드로잉을 이어간다. 그 순간을 마주할 때 경험하는 멜랑꼴리는 부정적인 자극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따금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 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믿게 된다. 한 걸음 뒤에서 이 시대를 바라보면 무리 밖의 것들은 가볍게만 느껴져 자국을 남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 자국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마치 패턴을 직조하는 것처럼 물질을 교차하고 엮거나, 때로는 문지르고 새기는 행위로 회화를 제작한다.

작업은 재료의 물성과 화면 구성의 관계성에 대한 실험에서 시작한다. 드로잉에 의상 제작에 쓰이는 소재나 철망과 같은 비 미술 재료를 콜라주 하거나 아크릴 미디엄을 쌓아 올린다. 이 과정을 통해 각 형상은 다른 미디엄으로 콜라주 되거나 펴 발라져 층이 생기고, 그 아래의 요소를 관찰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두 손의 감각을 따라 표상들이 탈락하거나 보존되고, 우연으로 결합하며 이미지가 완성된다. 나는 그곳 아래 원본을 숨겨두고, 이 시대에서 내가 외부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무엇이 소멸하고 탄생하는지 기록한다. 반복되는 무수한 것들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불규칙성을 가지고 있는지 발견하며, 그렇게 서로 연결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