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집의 불청객 말

이채령

Lee Chaeryeong

디지털 공간과 공간 속 존재들은 디지털 체계 안에서 영원히 존재하며 작가의 마음을 자극한다. 작가는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이 존재들을 시각을 통해 감지한다. 작가는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수집, 저장하고 더 나아가 영원하게 존재하길 바라는 현실의 순간을 촬영해 디지털 체계 속으로 편입시키기도 하며 디지털 공간과의 교류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다만 현실은 가상적인 존재가 되는 동시에 물리적 질량이 사라진 채 허상이 되고 편집의 과정에서 앵글을 벗어나는 영역은 탈락한다. 질량이 사라진 채 일부가 탈락되어 재현된 현실은 비현적으로 보이게 된다.

작가는 불가피한 탈락들과 함께 왜곡되어버린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불완전한 형태의 입체 조형물을 제작한다. 디지털 공간에 재현된 현실을 다시 물리적 현실 공간으로 끌어오고 MDF를 이용한 납작한 조형물들 속에 끌어온 현실을 다시 재현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말’은 현실에 존재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존재인 동시에 특정한 장소를 벗어나면 생뚱맞은 존재가 되며 말의 존재를 감각하는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재현한 공간에 존재하게 된 ‘말’은 작가와 동일시되며 현실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디지털 공간에 정신적으로 몰입하며 두 영역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작가의 입장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