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姊妹

임유진

장녀인 나는 늘 가족 안에서 ‘아들이 되어야 한다’ 라는 묵시적인 기대를 짊어진 채 살아왔다. 강인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사랑을 받으려 애썼다. 둘째 동생은 첫째와 막내 사이에 낀 채 자신의 몫을 주장하기 어려운 자리에서 조용히 살아왔다. 막내 여동생은 태어나길 꺼려 했던 존재로 아픈 손가락으로 자랐다.

우리 세 자매는 서로 질투하고, 다투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지지했다. 명절이면 가족의 시선에서 벗어나 서로의 곁이 되어주곤 했다. 이 감정은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애매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우리는 서로 닿고 싶다가도 서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반복된다.

이번 작업은 이러한 복잡한 감정의 결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시도이다. 단순한 서사나 인물 중심의 구성이 아닌, 감정의 밀도와 관계의 온도를 우리 세 자매의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동양화의 스며드는 색채와 기법을 유화의 물성으로 새롭게 결합하여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장면들로 구성하였다.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밀어내고 또 얼마나 끌어안고 있는지를 살과 살이 닿는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擁(낄 옹)>, 캔버스에 유화물감,145.5×97cm, 2025
<噈(입 맞출 축)>, 캔버스에 유화물감, 145.5×97cm, 2025
<㨉(어루만질 민)>, 캔버스에 유화물감, 25.8×17.9cm, 2025
<乴(꼬집을 설)>, 캔버스에 유화물감, 60.6×45.5c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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